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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2014년 노동절 메시지

124회 노동절을 맞이하며
“의인은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안다.”(잠언 29,7)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습니다. 희생자들에게 삼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들에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위로의 은총이 함께 하길 빕니다. 진행 중인 인명구조작업이 잘 마무리되어 우리 사회가 일상의 평화와 안정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러한 총체적 인재(人災)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나라와 사회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데 온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올해로 124번째를 맞이하는 노동절을 기념하며 자신의 노동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모든 노동자와 그리스도인, 그리고 선의의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1. 노동을 통하여(Laborem Exercens) 인간은 하느님의 세상 창조 사업에 동참하고, 자기 자신을 더욱더 인간답게 완성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가족과 세상을 돌보게 됩니다. 하느님 앞에 노동과 노동하는 인간 모두는 존엄하고 가치 있는 것입니다. 일찍이 교회는 1891년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노동하는 사람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천명하고 이들의 존엄성과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들을 고발하여 인간과 사회의 참된 진보를 보장하는 것”(노동하는 인간, 1항)이 자신의 '직무'임을 고백해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땅의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냉혹하고 불의한 현실은 교회로 하여금 이러한 자신의 소명과 직무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다시 한 번 성찰케 합니다.

2.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대다수는 여전히 가난과 불평등, 불안정한 고용으로 힘겨운 현실 속에 처해 있습니다. 이미 잘 알려졌듯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입니다. 이는 과도한 비정규직 노동과 파견근로, 무분별한 정리해고 등의 결과입니다. 실제로 극단적 선택으로 25명이 목숨을 끊은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사태는 몇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으며, 케이티(KT)와 한국철도공사와 같은 굴지의 사업장 역시도 예외 없이 '명예퇴직'이나 '강제전출'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를 종용하고 남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역시 심각한 수준입니다. 국제연합(UN)의 세계인권선언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선언하고 있지만, 똑같은 작업대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대우 등에서 엄청난 차별을 감내해야 하고 늘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노동인구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노동자들의 구체적 현실임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노동3권으로 불리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는 갈수록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과 같은 대단위 공장은 물론 유성기업과 학습지 노동자, 대학 등의 하청 용역 청소노동자들까지, 법률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요구와 단체행동은 수백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심각하게 위축되고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노동조합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노동인권과 나아가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노동과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경시는 다름 아닌 성장과 공급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경제지상주의', 그리고 시장을 지나치게 신뢰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시장지상주의'의 결과입니다. 전자는 이른바 '낙수효과', 즉 기업 또는 부유한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면 덜 부유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주장입니다. 후자는 시장의 힘으로 생긴 이익은 자동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신념으로써, 가능한 곳이면 그것이 교육이나 의료, 교통수단과 같은 공공재까지 무엇이든, 또 어디서나 시장의 원리를 확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과 신념은 노동과 노동자의 인격적인 의미를 무시하고 축소시켜 단순히 생산의 한 요소로 전락시켰음은 물론 결과적으로는 오늘의 비인간적인 노동 현실을 낳고 있습니다.
교회는 '사회교리'의 시원이라는 120여 년 전부터 이러한 주장과 신념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비판해왔고 단호히 거부해왔습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러한 주장과 신념에 대해 교회의 전통적 해석과 맥을 같이함은 물론 보다 정교하고 분명하게 아래와 같이 비판하고 계십니다. “일부 사람들은 자유 시장으로 부추겨진 경제 성장이 세상을 더욱 정의롭고 평등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낙수 효과’ 이론을 여전히 옹호하고 있습니다.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이러한 견해는 경제권을 쥐고 있는 이들의 선의와, 지배적인 경제 제도의 신성시된 운용 방식을 무턱대고 순진하게 믿는 것입니다.”(복음의 기쁨, 54항)
나아가 “우리는 더 이상 시장의 눈먼 힘과 보이지 않는 손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정의의 증진은 경제 성장을 전제로 하면서도 그 이상을 요구합니다. 이는 더 나은 소득 분배, 일자리 창출, 단순한 복지 정신을 넘어서 가난한 이들의 온전한 진보를 분명히 지향하는 결정, 계획, 구조, 과정을 요구합니다.”(복음의 기쁨, 204항)라며 시장지상주의에 대해서도 단호히 거부하고 계십니다.
시장의 힘이 공동선의 요구로 적절히 규제될 때, 자원과 수요를 조화시키는 효과적인 메커니즘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장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규제적이고 합법적인 틀 안에서 일정한 윤리 원칙과 윤리적 행위가 요구되어야 합니다.

4. 교회는 인간의 노동이 시장의 요구에 따라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라 온전히 인격적인 것임을 강조합니다. 노동자의 권리는 경제 법칙이나 시장의 원리보다 우선하는 것입니다. 적절한 노동, 공정한 임금, 고용 안정, 적절한 휴식과 휴가, 근로 시간 제한, 건강과 안전 보장, 평등, 노조의 결성과 참여, 그리고 최후 수단으로서 동맹 파업 등은 다른 어떤 원리나 법칙보다도 앞서는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이러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정치공동체는 노동의 문제를 시장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건강한 노동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시행하는데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고용의 안정성, 근로 빈곤층에 대한 보장, 그리고 노동3권에 대한 보장은 가장 시급히 이루어져야할 분야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철도와 의료를 비롯한 공공영역에 대한 민간영리법인화와 시장에 대한 규제 철폐 역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정책들의 지속은 노동자들을 더욱 힘겨운 상황에 처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더 큰 해악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기업과 경영자들 역시 노동자를 '창조적인 동반자'로 보아야 합니다. 진정한 파트너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와 행동에 대해 손해배상과 업무방해라는 이름으로 이를 위축시키고 제한시키려는 것은 동반자 관계도 아닐 뿐더러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옳지 않은 일입니다.
이러한 요구에 교회 안의 사업장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교회가 앞서서 노동자를 진정한 동반자로 인식하고 협력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노동자들 역시 자신들의 권리 수호의 차원을 넘어 보다 큰 꿈과 전망을 펼치기를 고대합니다. 노동자들의 헌신이 사회 전체의 공동선과 사회적 연대로 열매 맺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5. 오늘 세계 노동절을 맞아 다시 한 번 인간 노동의 참다운 가치와 존엄이 우리 사회에 보다 풍성하게 꽃피우도록 기도하며 또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 가기를 청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가 이 땅의 노동자들과 선의를 지닌 모든 분들께 풍성히 내리시길 빕니다. 아울러 ‘세월호’ 여객선 사고로 희생된 이들과 그 가족들, 남겨진 이들을 하느님께서 친히 위로해주시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2014년 5월 1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 용 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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